뭐 저는 당연히 존경하지만 유명하신 분도 아니고, 특출한 것이 있는 분도 아니고, 자수성가야 하셨지만 또 어마어마한 갑부는 아니시죠. 실업계-실과 전공 대졸이라 문과 냄새나는 아포리즘에 통달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당신은 주절주절 잔소리로 하신 것을 나름 정리해서 받아들인거죠. 그런데 정리하다보면 거의 돈 얘기임 -_-ㅋ


1. 사람의 품격을 정하는 것은 돈을 얼마나 가졌느냐가 아니라 돈을 어떻게 쓰느냐다.
(그리고 입버릇처럼 1000원을 1000원 가치로 못 쓰는 인간이 무슨 품격이 있겠냐.)

2. 맨몸뚱아리에 접촉하는 것은 최고급을 추구해라. 그게 자기애다.
(먹는 것이 대표적이죠. 속옷, 양말, 화장품, 의약품도 그렇고. 결정적으로 꼭 들어가는게 여자. 근데 최고급의 여자가 뭔지는 해설이 부족합니다. 어머니를 예로 들지는 않으시더군요.)

3. 돈빚보다 무서운게 말빚이다. 돈빚은 한도가 있지만, 말빚은 너도 모르는 사이에 무수한 채권자들을 만든다. 그리고 돈 꾸면 현금이라도 주머니에 들어오지만, 말빚은 뭐가 남는다고 하고 다니냐?
(돈은 악성채무자라도 신용 만큼만 꿀 수 있지만, 하고 다닌 말은 나중에 꼭 기억에서 꺼내는 사람이 나온다고. 약속이랑은 상관 없고, 일종의 허언이나 독설을 경계하라는건데 그래서 인터넷에 글 쓰는 것도 싫어하시지만... 아들은 불페넌데요.)

4. 보이는 거에 의지하는 사람이 제일 약하고, 안 보이는 거에 의지하는 사람이 그 다음이고, 의지하는게 없는 사람이 제일 강한데, 자신은 구애받는게 없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은 그 큰소리에 의존하는거다.
(대표적으로 보이는 것 - 재산이죠. 그것도 과시성 소비. 대표적으로 안 보이는 것 - 종교죠. 기독교 싫어하시는 투철한 무신론자입니다. 제일 좋은건 의지하는게 없으면서도 뭔가에 의지하는척 하고 사는 삶이라는군요.)

5. 사랑은 잘 해봐야 첫아이 가질 때까지 간다. 정은 아이가 머리 굵어질 때까지는 간다. 그러나 둘 사이에 필요성이 있으면 그 관계는 필요성이 없어질 때까지는 버틴다. 배우자에게 필요한 인간으로 죽을 때까지 남아라. 이 필요성은 금전이 아니다. 경제력으로 필요한 인간이 되었다면, 너보다 돈 잘 버는 남자가 나타나면 어떡할래?
(불페너답게 물어보았더니 비결은 1인자가 되는거라고. 배우자에 대해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되면 편해서라도 못 떨어진다...뭐 이러는데, 일단 배우자가 있어야지 말입니다?)

6. 바보를 미워하지 마라. 그런 놈들이 많을 수록 니가 이 좁은 나라에서 살기 편하다. 그리고 많이 배운 놈이 바보가 되는 이유는 뭐냐하면, 이 비결을 망각하고 바보들을 계몽시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똑똑한데 바보들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이들을 헛똑똑이라고 하죠. 노력해봐야 절대 다수의 바보들은 그냥 바보로 남고, 일부가 똑똑해져봐야 자신의 똑똑함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될 뿐이라는 거죠. 넵 보수주의자이심. 결론은 바보라고 판단되면 말을 섞지 마라. 그리고 그런 애가 너에게 말 붙이려고 하면 반성해라. 너도 동류로 보이는게다.)

7. 사장님이나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조심해라. 술 한번 같이 마셨다고 형 동생 하자는 사람도 조심해라. 사기꾼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런 사람들에겐 호칭의 무게를 느끼는 감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인간들의 존경은 아무 가치가 없는데 그거 받았다고 우쭐해봐야 뭐에 쓸래?
(그리고 저에게만 그러시는거 같은데 "너보고 잘생겼다고 하는 여자도 조심해라." "왜요?" "거짓말장이거나... 눈이 곯았으니까.")

8. 취미 없이 살기는 쉽지 않으니까 가져도 좋지만 취미로 돈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마라. 결국 그건 취미도 아니고 돈벌이도 안된다. 취미활동을 할 때는 무조건 "나는 인생과 돈을 낭비하면서 오락과 유흥을 하고 있다"라는걸 늘 머릿속에 넣고 있어야 한다. 
(밤새워 룸에 가서 100만원 쓰고 오는 거나,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되는 겐지 모노가타리 전집을 질러서 밤새 읽는 거나, 게임용 새컴퓨터 맞춰놓고 월오탱 밤새 하는거나 다 똑같다는 냉엄한 말씀. 그래서 당신은 골프를 하시지만, 골프로 운동 운운, 인맥 운운하며 '골프를 쳐야 사회생활이 되지' 이런 말은 싫어하죠. 취미는 그냥 인생의 낭비를 의식하며 노는 것.)

9. 재능은 있는데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은 넌센스다. 노력할 줄 아는게 진짜 재능이다. 남보다 잘 참고, 스트레스 덜 받고, 집중력 높은 것만큼 타고나는 엄청난 재능도 없다. 의지로 이게 될줄 아냐? 이거에 비하면 IQ나 운동신경은 별거 아니다. 인간이 타고 나봐야 99%는 거기서 거기다.
(그리고 저를 쏘아보시죠. 헤헷)

10. 사람에게 엄청난 짜증이 나면 그 얼굴을 쳐다보면서 생각해라. "저 놈도 언젠가는 죽어서 묻혀서 뼈만 남았다가 천천히 삭아 없어지겠지." 그리고 그런 일은 길어도 50년 안에 벌어진다고 생각해라. 인간은 애초에 불쌍한 것이다. 사람이 타인에게 동정심을 갖게 되는건 지나 나나 언젠가는 죽어서 썩어 없어지니까 측은해지는 거다. 이걸 떠올리면 사람에게 화내는게 얼마나 바보스러운지 알 수 있다.
(그러고보니 또 은근히 불교스러운 말씀도 하시거든요. 아마 어머니가 독실한 신자니까 어느 절간에 놀러갔다가 주워들은 이야기일지도)

뭐...이런거 말고 굉장히 현실적인 것도 많이 듣습니다. 대우차 사지 마라. 봉사활동 같은거 하지 말고 차라리 돈을 줘라, 여자에게 받은 편지는 보관하는게 아니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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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럽구나.. OTL
나도 저런 아버지 두고 싶어염...;ㅅ;